실업급여 받으면서 사업자등록 못 하는 40대 개발자의 현실

나는 지금 실업급여를 받고 있다.

전직 암호화폐 지갑 회사 개발자. 나름 Flutter도 하고 React Native도 하고 Swift, Kotlin에 백엔드까지 만지던 사람이 어쩌다 백수가 됐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구직자”고, 좀 더 그럴듯하게 말하면 “예비창업자”다.

문제의 핵심: 실업급여 vs 사업자등록

아이디어는 있다. 만들고 싶은 앱도 있다. 크로스핏을 매일 하면서 느끼는 것들을 엮어서 운동 + 식단 + 지역 피트니스 추천을 합치는 앱. 이름도 지었다. FitFuel. 기술 스택도 정했다. Flutter + Firebase + GCP. 내가 매일 하는 크로스핏 도메인 지식이 있으니까 충분히 차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사업자등록을 못 한다.

왜? 실업급여를 받고 있으니까.

실업급여 수급 중에 사업자등록을 하면 수급 자격이 사라진다. 당연히 그렇겠지, 실업 상태가 아니게 되니까. 이건 이해한다. 근데 현실적으로 사업자등록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앱을 만들어서 스토어에 올리려면? 사업자가 필요하다. 정부 지원사업에 지원하려면? 사업자가 필요하다.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려면? 당연히 사업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7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실업급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뭘 하냐면

가만히 있으면 미칠 것 같으니까, 공식적으로 “창업”은 못 해도 준비는 한다.

  • FitFuel 앱 설계 — 기능 정의, 와이어프레임, 기술 스택 검토. 사업자 없어도 코드는 짤 수 있으니까.
  • 정부 지원사업 조사 — 소상공인 지원사업들을 죄다 뒤졌다. 예비창업자 자격으로 지원 가능한 건 “서울 넥스트로컬 8차”가 가장 현실적이었다.
  • n8n 자동화 삽질 — 개인 프로젝트로 운영 중인 온라인 매거진을 n8n 워크플로우로 자동화하고 있다. Telegram → AI → 이미지 소싱 → WordPress 자동 발행. 이건 사업자 없어도 된다.
  • 크로스핏 — 매일 아침 7시. 이것만큼은 빠지지 않는다. 실업급여 구직 활동 보고하러 가는 것보다 더 성실하게 출석한다.
  • 블로그 — 바로 이 블로그. 아무것도 못 하는 기간에 최소한 기록은 남기자는 생각.

솔직한 심정

좀 답답하다.

40대에 백수가 되는 건 20대에 백수가 되는 것과 다르다. 20대엔 “가능성”이라고 불리는 게, 40대엔 “위기”라고 불린다. 주변에서 “뭐 하고 지내?”라고 물어보면 “좀 쉬고 있어”라고 대답하는데, 그 “좀”이 벌써 몇 달째다.

그래도 나쁜 것만은 아니다. 회사 다닐 때는 절대 못 했을 것들을 하고 있으니까. 매일 아침 크로스핏 가는 것, 직접 요리해서 먹는 것, 사이드 프로젝트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것,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는 것. 회사원이었으면 퇴근 후에 지쳐서 넷플릭스나 틀고 있었을 거다.

7월이 오면

사업자등록을 하고, FitFuel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그때까지는 앱의 설계를 탄탄하게 만들고, 기술적으로 미리 검증할 수 있는 것들은 해놓으려고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여기 블로그에 기록할 생각이다. “실업급여 받는 40대 개발자가 창업까지 가는 과정”이라는 시리즈가 될 수도 있고, 그냥 중간에 취업해버릴 수도 있고.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른다.

확실한 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라는 것.

독거노인의 발버둥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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